2009년 11월 23일
모임
90년대 중반까지는 가끔씩 봤었는데, 그 후로는 모이지는 못했다.
이렇게 저렇게 개인적으로는 만나오기는 했지만...
은연중 다들 마음의 부담이 있었다.
80년대의 끝자락에서 어떤 구심력도 없이 지리멸렬하게 흩어져버렸던 것이다.
내게는 일말의 부담감이 있었건만,
만나자는 연락을 서로가 주고받으며,
이제사 그 시절의 기억을 술안줏거리로 웃어가며 이야기할 수 있게 되는구나, 어렴풋이 느꼈다.
의외로 많이 모였다.
사업으로 성공한 이도 있지만, 여전히 신산한 생활을 자초하고 있는 치들도 있다.
살아가는 이야기, 하고 있는 일 이야기, 키우는 강아지 이야기, 그리고,
처음 봤을 때의 인상, 몇 년 몇 월 며칠 날의 행적, 그 시절 누구의 생김새, 그리고,
동료를 잃고 애를 먼저 보내고 또 가족이 흩어졌던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들을 소줏잔을 기울여가며 웃어가며 나누었다.
한 마디 하라길래 이런 얘기를 했다.
'그 시절에는 세월이 지나 우리가 이렇게 만나서 술마시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을 거다.
우리의 시간은 그렇게 지나갔겠지만 이렇게 괜찮은 술친구로 남았으니 만족한다.'
술병을 수없이 비워내고서는 노래방으로 옮겨 마이크를 뺏어가며 노래를 불렀다.
만취한 채로 포장마차로 몰려가서는,
다음에는 연락 안닿은 인간들까지 끌어모으자고 하고서야 헤어졌다.
# by | 2009/11/23 15:33 | 일상의 잡담 | 트랙백 | 덧글(0)



